오래전에 천안 이외의 곳에 가보고 싶어 수원으로 원정을 갔는데, 들어온 관리사가 어릴 때부터 따르던 동네 누나 아니겠어요. 침묵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그 누님은 나의 애틋한 추억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과감하고 짜릿하게 평소처럼 '일'을 해나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경직된 내 육신은 결국 끝까지 풀리지 않았고, 우린 그냥 그렇게 어색하게 헤어지고 말았지요.
세월이 흐른 후, 우연히 그 누님이 천안 인근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한 번 찾아가볼까 고민 중에 있습니다. 이제 40줄에 접어들었는데 1인숍을 한다는 사실이 썩 유쾌하지는 않아 추억을 지우고 싶기도 하지만, 어쭙지않은 위선적 초연함과 강렬한 호기심이 멈추지 말 것을 강요합니다. 어쩌면 허무한 로맨스를 체험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