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내상 심하기로 악명 높은 모 테라피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면서 관리시간에 대한 확답을 받고 또한 녹음까지 해두었다.
샤워 후 폰을 만지작거리며 기다리는데 ㄱㄹㅅ가 들어왔기에, 시계를 가리키며 시간에 대해 명확히 알려주고 아울러 나는 스웨디시에서 절대 ㅁㅁㄹ는 안 한다고 아예 처음부터 선언을 하였다.
시작 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을 압도할 만한 음량으로 유튜브를 틀어 카라얀 버전의 말러 교향곡 9번을 틀어놓았다. 85분 정도 되는 길이다.
어쩌면 그 ㄱㄹㅅ에게는 고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중가중간 좀 더 성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짜증 섞인 멘트는 기본이었고. 스웨디시는 기름 발라 문질거리는 게 아니고 근육과 골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강약과 완급 조절이 중요하다고 계속 잔소리를 해대고...
이제 말러도 끝나고, 선심 쓰는 척 그만해도 된다고 배려까지 해준 후 천천히 샤워하고 나오는데 아무도 배웅하지 않더라.
다시 전번을 바꿨다.
한 20분 지나면,
"오빠, 환불해드릴 테니 그냥 가시겠어요?"
매월 한 번씩 번호 바꿔서 유흥용으로 써요.
블랙,
그딴거 몰라요!
뒷번호 물어볼 때
그래서 요즘은 들어가기 전 뒷번호 열심히 외웁니다.
혹시 최근에 번호 바꾸지 않으셨나요?
그 번호, 어쩌면 누군가의 어두운 흔적을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본인 잘못이 아닌데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참는 법을 배웁니다. 누군가를 가해자로 만들어 복수심을 만족시키는 대신 하늘의 뜻에 순응하는 선량한 문명인이 되어갑니다.